나는 일전에 썼듯이 억지로라도 남의 '좋아요'를 통해 보이는 다양한 게시물에 관대하게 반응하려는 편이다. 그러나 요 근래 페북에서 도는 글들을 종종 보면 '여성에 대한 강한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사실 솔직히 말해 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꼭 소위 말하는 일X의 수준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이들이 좋아요를 다는 글을 보고 답답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흥미로워서. 정말 공감해서.
게시물의 양상은 다양하다.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는 이래서 안된다느니, 이런 여자가 좋다느니..취향에 있어서 남성의 의견이 과잉되어있던 것은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요즘 들어 유난히 심해 보이는 건 나만 그럴까? 뻔한 이야기지만 이상한 여자가 있듯 이상한 남자가 있다. 각종 통계조사만 봐도 뻔히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이상한 망상-돈안내는 여자,명품에 환장한 여자,남자 등골빨아먹는 여자-는 현실적 경험이라는 탈을 쓰고 마치 현 시대의 당연한 진리인것처럼 사람들의 멍청한 공감을 먹고 쑥쑥 자란다. 나는 기존에 억눌려있던 여성의 욕구가 만개하는 상황에서 한번도 이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익숙해지려 하지 않은 이들의 당혹감이 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러한 배경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남자의 등골을 빨아먹는 여자가 있을 것이고, 여자의 등골을 빨아먹는 남자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양하고 선인과 악인은 언제나 뒤섞여있다. 그러나 그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나의 목격담'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표집된 표본을 통하여 연구된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저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이다' 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개인적 경험을 사람들이 일반적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 처럼-이거봐! 여자들은 다 이렇다니까!-보인다. 개인적 경험의 일반화는 이 빽빽한 인터넷 세계에서 늘상 있는 일이지만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그 과정이 더욱 쉽게 이루어지곤 하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의 상황을 보면, 차라리 이상한 여자-남자 가리지 않고 올라오던 네이트 판이 더 멀쩡해 보일 지경이고, '완전체 판단'과 같은 게시물은 양반에 가까워 보인다.
여성에 대한 일반적 혐오를 드러내는 수많은 이들 중 머릿속 망상에 기초하지 않고 말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기존에 존재하던 수많은 망상과 편견에 그럴싸한 소문과 개인적인 경험담들이 겹쳐 트렌드 혹은 진리를 표방하는 망상을 만들어낸다. 명품소비에 대한 남성들의 망상은 '고소득 고학력 여성의 자체구매가 대다수'라는 엄연한 시장조사에 무너지고, '남자 등쳐서 결혼해먹는 여자'에 대한 망상은 '2000년대 이후 결혼에 있어서 여성분담금 증가'라는 과학적 조사에 발 붙일 곳이 없다. 나는 '이상한 여자'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많이 도는 것이 여자들이 정말 이상해서라기보다는. 망상에 빠진 이들의 목소리가 유달리 커서라고 추측한다.
원래 평화로운 이들,혹은 익숙한 행위들은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이상한 이들은 쉽게 띄고 강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쉽게 눈에 띄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좀 이상한 일이지 않겠는가.
잡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