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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돈 많아야 성격도 좋지.



부모 소득 높을수록 취업스펙도 올라간다



친구의 칼럼을 보고서야 부모의 소득수준과 자녀의 취업이 연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 기사(상단 링크)를 보게 되었

다. 그의 칼럼과 기사를 보니 문득 몇년전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잘사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나 자신이 저소득층 집안이었고. 또 그런 동네에서 살아서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대학 4년을 가르치는 것은 꽤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니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많은 것도 어쩔수 없는 결과이긴 하다. 그리고 직장에 와 있는 요즘. 그때의 생각을 다시 하곤 한다. 회사에 참 잘사는 사람들 많구나. 왜?


     취업준비를 하며 문득 들었던 생각은 제대로 돈을 주는 회사에 가기 위해서 참 준비할 게 많다는 거였다. 토익과 오픽을 한번 보면 시험비는 십만원을 훌쩍 넘어갔다. 교재비에. 면접 특별 스터디 비용은 집에 미래를 약속하며 손을 벌리기에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가계소득이 월 천만원 이상인 집은 덜할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돈이야 벌면 되지만 시간도 있어야 능력을 쌓을테니 집안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그야말로 난망한 일일 수밖에. 먼저 취업을 준비했던 내 주변의 어떤 이들은 시험비를 빌렸고 책값을 빌렸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어떤 이는 알바에 피곤에 찌들어 토익을 등록해놓고 못보기도 했다. 그러니 연구결과처럼 집안 소득과 토익 점수의 연관성은 피할 수 없는 비극이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우리는 인성시험이나 기타 다른 정성적 요소를 테스트하는 것을 기업 인재선발의 기준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정성적 요소들을 면접 과정에서 체크하고 있다. 더욱이 그러한 요소들 조차도 경제력과 관련을 가진다는 점이 우리 시대의 최고 비극일 것이다. 우리가 바람직하며 본질적 특성이라고 오판하는 수많은 미덕들(친절함. 겸손함. 자신감)이나 문화적 취향,교양 등은 시민적 덕성이나 공공교육의 결과라기 보다는 특정한 배경에서 길러진 요소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교육이란 게 무너져버린 한국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종종 우리가 내뱉는 "잘사는 집 애들은 사랑받고 자라서 모나질 않아"라고 하는 말은 이런 부분을 은연중에 드러
낸다. 어떤 이는 진보적 학생단체에는 까칠하고 후줄그레하고 궁상맞은 이들만 있는데. 보수적 계열의 학생모임이나 비정치적인 모임의 선배들은 훨씬 젠틀하고 세련되어 마음 편하다는 이야길 했었다. 대학원에서 연극예술을 전공하는 친구는 먹고 살 걱정 없는 잘사는 애들의 미감이 훨씬 순수하고. 창의적이며. 뛰어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세상에서는 인성과 센스조차 그다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으로 압박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 굳이 부정적이고 까칠하고 비판적으로 변할 이유가 이 곳에서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기업이 원하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인간들이 중산층 이상에 많은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꼭 집안소득이 높아서 합격했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좋은 인재를 뽑아놓고 보면 좋은 집안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설사 노력하고 노력하여 똑같은 월급을 받는 사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저축의 규모와 퇴근 후의 여가, 향후의 미래에 있어 중산층 이하와 이상의 삶은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격과 스펙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좋은
조건임에도 나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아주 허무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부를 거머쥐고 여유를 거머쥐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각자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사례들이 결코 일반론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안다. 그러니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좋은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여자가 노동시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장기간 일할수 있다고 믿거나. 모든 장애인이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비슷한 멍청함일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들 속에서 인성과 같은 조건들만은 경제적 격차를 뛰어넘어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돈을 떠난 어떤 행복과 여유가 존재하며, 그것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성취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기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피폐하면 마음도,성격도 피폐해진다. 취업도 어렵다. 부모소득 따라 취업도 결정된다는 냉혹한 현실에 어떤 꼰대들은 '아니야 그건 다 사람 하기 나름이야'라고 불쑥 튀어나온 냉정한 현실을 덮느라 용을 쓸 것이다. 돈이 마음의 풍요를 보장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찢어지게 시달리는 자들 보다는 부드러울 것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던 시절이야 돈이 없어도 여유를 획득할 방법이 있었겠지만 이제 힐링조차 거래대상인 세상에 돈없이 무에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이런 조건들을 얘기하지 않고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말하거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혹은 인성을 중시하면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라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말들이다. 오히려 인성이나 미감 조차 돈과 시간,가정이라는 특정 조건 없이는 불가능함을 직시하고, 덕성들을 선천적인 것으로 여겨 찬양하거나 부러워함을 벗어나 모든 것에 냉소적인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