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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다] 미국의 송어낚시 (2/16)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작년부터 자꾸 타임라인에서 추천들이 보여 호기심에 읽어봤지만 메마른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먼 책이다. 평론에 따르면 아메리칸 드림과 서구문명을 통렬히 비판하는 소설이라는데 나는 그러한 해석이 없었다면 이 책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좋았던 문장이 있어서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옮겨보았다. 아래의 문장을 읽었을 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예전 불경을 한창 열심히 수지독송 할 때. 금강경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자라도 이 경의 한 구절이라도 열심히 믿고 외우고 남에게 전한다면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가득 채운 공덕보다 더 무량한 공덕을 쌓는 것"이라는 말을 읽었을때 느꼈던 안도감이나 애잔함 같은 것이다.


 "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에는 근사한 비석도 없었다. 다만 부패한 빵조각처럼 보이는 작은 판자에 이렇게 표시 되어 있을 뿐이었다 '아무개의 얼간이 아버지.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돌아가신 사랑하는 어머니'...결국 나무에 새겨진 그런 말들은. 세월이 지나면 마치 기차역 옆 식당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즉석 음식을 주문받는 요리사가 그릴에 깬 계란처럼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부자들은 정식 요리처럼 대리석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마치 멋진 거리를 떠난 말이 하늘로 날아가듯 할 것이었다...나는 환상을 보았다. 가난한 사람들의 묘지에 가서 잔디와 과일병과 깡통과 비문들과 시든 꽃들과 벌레들과 잡초들과 진흙 덩어리들을 모두 모아 집에 가져가서는 거기에 낚시를 달고 파리를 달아 밖에 나가 하늘로 던져올려. 그것들이 구름을 지나 저녁별들이 떠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환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