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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7년간의 줄타기인생(4)


 에딘버러 준비과정에서의 고충을 앞서 구구절절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운이 좋았다 싶을 정도로 원활하게 진행된 부분도 많았다. 연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사실 공간인데, 에딘버러 계획 전에 이미 현웅이가 공익근무에서쌓은 인맥을 기반으로 연습실을 대여해놔서 프린지,안산 등을 이미 그곳에서 연습하고 있는 상태였다. 연습한다고 대관비 내고 어쩌고 했으면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아예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연습실 전경. 모델은 레슬링 시연중인 현웅이)



 2011년 초에는 대열이와 대열이네 과 친구들 넷이(연정이,진용이,현정누나) 구성한 팀이 우리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다큐를 찍었다. 그리고 그 다큐가 EBS 지식채널 E 공모전에서 우승을 했다. 우리 이야기가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전파를 타게 된 것도 기쁜데, 대열이는 자기몫으로 받은 상금 100만원을 에딘버러 준비 비용으로 내놓았다. 거기다 나머지 팀원들도 우리 보고 고맙다며 각출해서 비용을 내놓고..사실 써놓으니까 훈훈해 보이지 그 훈훈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가 에딘버러를 갔던 것이정말 많은 이들에게 신세짐으로써 가능했다는 사실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실감한다.


(다큐 촬영중인 대열이 팀)


 

 그 돈으로 공연 소품들-테이블,점수판,요요줄,스핀탑,앰프-등을 사고 공연 복장도 샀다. 여담이지만 복장을 제외한 그 당시 구매 소품들은 하나도 지금 남아있지 않다. 테이블,점수판 등의 공연소품은 에딘버러 이후 했던 공연때 잃어버렸고, 앰프는 에딘버러로 출국 당시 나리타 공항에서 환승할때 검색에 걸려서 아직도 일본 어딘가에 남아있다.

 다시 준비 과정으로 돌아가서, 사실 이 이야기는 대열이가 워낙 자세하게 써놨으니(http://blog.naver.com/longoria) 그렇게 쓰긴 어려울 것 같고 생각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9~10월 쯤 실행했을 당시 내 정신상태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던게 아니라 '에라 모르겠다 일단 막 해보자..'라는 심정이었다. 원래 고민을 정말 많이 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나에게 중요한 일들을 그렇게 충동적으로 정해버리는 편이다. 시작할 당시 일단 공연은 2~3월쯤 완성시키고 5월 안산국제거리극에 올린 다음 에딘버러로 가져가자!라고 결정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당초 계획과는 참 많은 부분들이 차이가 생겼다.


 실제 공연을 준비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단 공연을 위한 동작들을 만들고 파트를 구성해보자고는 했지만 주중에 바쁜 생활 후에 주말에 이게 생각이 날 리가 없었다. 사실 모두가 같이 만든 공연이라고 하고는 있지만 이 공연을 A부터 Z까지 만들어 낸 것은 전적으로 대열이의 몫이었다. 여튼, 우리 계획보다는 생각보다 공연의 완성이 늦어지고 있었고, 연초까지만 해도 완성되기까지 왠지 멀어보였다. 겨울방학때는 평일도 연습하자고 결의했는데, 연습실을 평일에는 쓸 수 없어 동건이네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서 연습하고는 했다.

 

 팀원 중에서도 대열이가 가장 걱정이 많았다. 졸업하고 바로 에딘버러로 공연을 가는 그의 심정은 참 복잡했을 것이다. 나도 7학기를 마치고 남들 다 하반기 취업 준비할 때 에딘버러로 날아간다는 점에서 대열이랑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른 팀원들도 여러가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휴학생들은 휴학생 나름대로 '내가 지금 토익 안하고 이러고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을거다.


  특히 대열이는 술만 마시면 '불안감'을 토로했다.  거기에 더해 대열이는 자신이 꼬셔서 가는 거니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한다 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치만 대열이에게도 했던 이야기지만 나는 우리 스스로 택한 일이니 설사 뒤집어져도 아무도 탓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불안감이야 어쩔수 없다 쳐도. 개인적으로는 연습에서 딱히 진도가 안나가거나 좀 난항을 겪어도 힘들긴 했어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안이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그냥 뭔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장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좋았고, 누군가에게 내가 뭔가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게 좋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느낄수 있는 실체였으며 누구보다도 잘 할수 있는 일이었다. 에딘버러로 가는 일이 허풍으로 끝날수도 있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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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제작은 지지부진 하긴 했지만 어쨌든 계속 이루어졌다. 사실 이전까지는 이정도 기술만 할 줄 알면 됐다! 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의 공연을 거치다보니 확실히 우리가 요요를 더 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대열이는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안산국제거리극 당시 최신의 기술을 빠바박!하게 하는 인규가 인기폭발이었으니..우리는 공연 연습 외에 기술연습도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에딘버러까지 실질적으로 자기 분야의 기술이 업그레이드 된 사람은 대열이밖에 없었다. 현웅이와 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고 동건이는 더블룹과 솔로함을 익히기도 바빴다. 그치만 같이 해야 하는 부분-오프스트링이라던가 엔딩-에 대한 연습은 꾸준히 했고 실제로 실력도 늘었다.


 어느정도 방향들이 정해진 이후 우리의 연습 스케쥴은 오프닝,엔딩,원핸드 팀플 등 합을 맞춰야 하는 연습을 하고 오프스트링의 경우 전체 합보다는 각자의 기술을 하나씩 정해서 연습한 다음 그것을 토대로 음악에 맞춰 동작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연습해놓고 못쓴 기술도 한두개 있지만 죽어라 연습하고 쓰기로 해놓고 에딘버러가서도 속시원하게 성공 못한 기술도 있었다. 이런 전체연습 후에는 각자 요요연습을 했는데, 2011년 초가 되기 전까지 동건이의 개인연습시간이 참 많았다.


 공연 구성에 있어서도 처음에 막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대열이의 아이디어로 우리가 이전의 공연에서 해왔던 프락치 파트(일반 관객으로 위장하고 있는 공연자를 불러서 같이 요요를 하는 파트)를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컨셉으로 정하고, 요요를 못하는 동건이가 마지막에 고수로 돌변하는 스토리로 가기로 했지만 ‘그럼 그 반전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막막했다. 주인공 없는 이전의 공연같이 6~8명씩 더블룹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동건이가 더블룹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앞에서 오프닝,투핸드 등에 더블룹이 들어가는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결국 우리가 택한 방식은 솔로함을 동건이가 하는 것이었다. 다른 요요 동작과 확연이 구분되기도 하고. 요요하는 사람이 봐도 신기한 기술이니 “애는 사실 요요고수”라는 컨셉에 딱 맞는 것 같았다. 당시로써는 무지하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지금 와서 보니 우리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 솔로함 완성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 기술이 혼자 연습하기 어려운 기술이라 매번 요요를 올려줘야 했는데, 그걸 하고 있는 동건이는 얼마나 민망하고 뻘쭘했을까. 




(이게 솔로함)


  공연에서 중요한 투핸드의 경우 투핸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투핸드 팀플을 대열이랑 하자-라고 생각했던 당초의 계획은 접고, 투핸드는 나 혼자 하기로 했다. 그래도 오프닝이나 엔딩에서 어차피 단체 투핸드가 어느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대열이는 투핸드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보자. 라고 제안했고, 매번 그렇듯이 나는 ‘그거 되겠어?’라고 반응했으나 결국 또 대열이가 옳아서(...) 나름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동작 하나를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었다.


 음악의 경우, 어차피 에딘버러로 갈 것이니 유럽애들도 듣고 즐길 수 있는 신나는 락,댄스음악으로 가자!라고 결정했다. 오프닝은 이전에 이미 쓰자고 다짐해놨던 Jet의 are you gonna be my girl을. 사용하기로 했다.오프스트링의 경우도 늘 사용했던 Capsule x Daft Punk x Beastie Boys -Starry sky mix로 정했다. 그러나 원핸드 팀플과 엔딩을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래서 날을 잡고 대열이랑 카페에 죽치고 앉아서 네이버 뮤직을 돌리면서 마구잡이로 음악을 찾았는데, 원핸드 팀플의 경우 Jam의 <Town called malice>를 쓸까 생각했지만 우연찮게 박진영의 <스윙베이비>를 들은 후 둘 다 거기에 꽂혀 그 곡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엔딩곡의 경우 언제나 그렇듯 신나는 음악을 사용하고 싶었다. 이미 싸이의 <연예인>이라는 좋은 곡이 있었지만 이왕 외국 나가서 하는 거니까, 영어노래 중 괜찮은 걸 찾았다. 그러다 정말 우연찮게 goldfinger의 superman을 들었고, 익숙한 멜로디의 유명하고 신나는 노래였기에 큰 고민 없이 이걸로 결정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무심코 가사를 찾아봤다. 나는 대열이에게 내가 찾은 가사를 보여줬고, 우리 둘 다 가사를 보고는 이 노래로 정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 오그라들지만 그때는 왠지 이 노래가 우리 이야기인것 같았다. 당시 남들이 겉으로는 대단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분명 미쳤다고 할 짓을 우리는 큰 확신도 없이 하고 있었다. 돈이 많지도 않았고, 우리의 실력이 출중한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고싶어서 그 짓을 하고 있었으니...그래서 이 노래에 참 많이 애착이 갔다. 지금도 그렇다.


 



So here I am

그래서 내가 여기 있어

Doing everything I can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Holding on to what I am

내가 누군이지를 붙잡고

Pretending I'm a superman

슈퍼맨인척 하면서

 

I'm trying to keep The ground on my feet

나는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서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It seems the world's Falling down around me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The nights are all long

밤은 길고

I'm singing this song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어

To try and make the answers More than maybe

어쩌면 이상의 답을 만들고 노력하기 위해서

And I'm so confused About what to do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헷갈려

Sometimes I want To throw it all away

때로는 다 집어치고 싶어

 

So here I am

그래 내가 여기 있어

Growing older all the time

항상 더 늙어가고

Looking older all the time

항상 더 늙어보이고

Feeling younger in my mind

내 마음속에서는 젊게 느끼고

So here I am

그래서 내가 여기 있어

Doing everything I can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Holding on to what I am

내가 누군이지를 붙잡고

Pretending I'm a superman

슈퍼맨인척 하면서

 

I'm trying to sleep

나는 자려고 노력하고 있어

I lost count of the sheep

양의 갯수를 세다 잊어버렸어

My mind is racing faster every minute

언제나 내 마음은 빠르게 달리고있어

What could I do more

내가 무엇을 더 할수 있을까

Yeah I'm really not sure

난 정말 모르겠어

I know I'm running circle

내가 원 위를 빙빙 돌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But I can't quit

그만 둘 수 없어

And I'm so confused About what to do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헷갈려

Sometimes I want To throw it all away

때로는 다 집어치고 싶어

Controlling everything in sight

내 시야안의 모든 것을 조정하고

I'm feeling weak

나는 약하다고 느껴

I don't feel right

뭔가 잘 못된것 같아

You're telling me

너는 내게 얘기하지

I have to change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Telling me to act my age

나이값하라고

But if all that I can do Is just sit and watch time go

하지만 만약 내가 할수 있는 것이 가만 앉아서 시간 가는 걸 보는 거라면

Then I'll have to say goodbye

안녕이라고 얘기해야겠지

Life's too short to watch it fly

날아가는 것을 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

Watch it fly

날아가는 것을 보기에

 

So here I am

그래 내가 여기 있어

Growing older all the time

항상 더 늙어가고

Looking older all the time

항상 더 늙어보이고

Feeling younger in my mind

내 마음속에서는 젊게 느끼고

So here I am

그래서 내가 여기 있어

Doing everything I can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Holding on to what I am

내가 누군이지를 붙잡고

Pretending I'm a superman

슈퍼맨인척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