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활을 정리하고 입문교육 2주 과정에 들어갔다. 무거운 마음으로 지정된 장소에 도착해 진행을 기다리니, 마치 이등병 훈련소 시절 비슷한 느낌의 군기를 잡는 진행이 계속되었다. 20대 초반,10대였다면 거부감도 크고 힘들었을텐데 이제는 다들 나이가 들어서인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대 후반의 사람들이 짜증이 왜 안나겠냐만은 이제는 이런저런 일들을 다 겪어서 서로 이해도 하고 그런 것이지. 더운 날씨에 긴 정장을 입고 땀을 흘리며 제주도로 이동해 조를 배정받고 과정을 진행했다. 3주가 지나서 쓰는 이야기라서 자세한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교육들이 아니라 그룹에 대한 교육들이기에 매출이 몇조니, 그룹의 비전이 뭐니 하는 교육이 몇시간씩 진행되었고, 조직에 대한 애정을 주입하려는 교육 때문에 초반 며칠은 너무나 힘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조직생활이란걸 정말 한번도 해본 경험이 없는데, 이래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을 선호하는 구나 등 4일 가량을 고민하다가. 내가 싫다고 해서 하지 않는 것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사람들하고는 생각보다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줄였고,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렇게 2주를 보내니 마지막 롤링페이퍼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는 말이 많았다. 지나고 나서 보니 행군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매 순간 뭔가를 "참아내길" 원하는 과정들은 분명 군대스럽긴 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인내의 연속이니 만큼 예비훈련이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토요일,일요일 양일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두번을 봤다. 4년의 기다림을 생각해보면 다소 부족한 느낌도 있었지만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마지막 마무리 덕분에 만족하며 극장을 나왔다. 다크나이트가 강박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옳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라이즈는 행복을 위해서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수많은 강박증 환자들이 생각났다. 나도 그렇고.
황금같은 주말이 지나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사 셔츠를 입고 쭈구리같이 출근해서 교육을 받았지만 슬슬 직장인이라는게 실감났다. 거리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삼각지 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을 타니 1시간이 좀 안걸렸다. 근데 출근보다 퇴근이 문제였다. 빨리 집에 가서 지친 몸을 쉬고 싶은데 1시간 거리는 너무나 먼 느낌. 지하철에 서서, 버스에 서서 집에 가고 있자니 어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결국 집을 내놨다. 언제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일주일간 여러 교육을 받고 있자니 맘에 드는 것도 있고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다 결국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고, 어느 시점에는 또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일것이라 생각했다. 조직은 이런것인가 하고 경악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 회사라면 한번 쯤 젊은 날을 바쳐봐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많이 있었다. 부문장들이 와서 강연을 했는데, 다들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야 노동조건의 빈틈을 소명이라는 추상적 가치로 무마하려는 것일수도 있지만 사실 무슨 노동을 하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품의서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글로벌이라는 말을 지금까지 들은 것보다도 많이 듣고, 연수때랑 다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면서 계열사 교육 1주차를 보냈다.
목요일?금요일 쯤에는 벼르고 벼르던 <두개의 문>을 보러 갔다. 잊고 있었던, 혹은 잊으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영화를 보면서 불쑥불쑥 솟아났다. 아침에 용산을 갔을때 느꼈던 그 당혹감. 분노. 1주기에 참가했던 추모집회. 영상 내내 펼쳐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지만 대부분은 관심이 없는. 그리고 나도 점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고 화는 화대로 많이 났다. 영화는 메세지도 명확했지만 구성도 훌륭했다. 문득 우리의 삶과 세상이라는 것이 이제는 영상화되지 않으면 기억될수도, 주목을 끌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개의 문>이 담고 있는 리얼한 장면과 그것이 이끌어내는 감정들은 단순히 그것이 사실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정말 영화같이, 영화답게 편집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보다 영화적으로 훨씬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당비를 좀 더 많이 내야겠다고, 이제 후원도 구독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한숨을 쉬며 집에 돌아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문득 어떤 시점이 되면 더이상 이런 일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일요일에는 지산밸리락페스티벌 지원근무를 나갔다. 4시간동안 메인본부에서 티머니 충전을 하고 4시간은 고앨,수정이 및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음악을 감상했다. 이전에는 공연이 있으면 앞에서 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그냥 뒤에서 음악 들으며 수다만 떨어도 즐거웠다. 늙은건지 관심이 없어진건지. 근데 그러겠다고 15~20만원을 주고 오기는 힘들 것 같다. 노는 것은 이제 더 젊은 사람들의 몫으로.
목요일에는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이사를 대비해서 짐을 싸주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셨다. 월요일까지 있다 가셨지만 별다른 것들을 해주지 못하여 마음에 계속 어머니가 채였다. 일요일날 지산에서 근무(겸 체험)을 하고 월요일날 아침에 씨리얼을 챙겨먹으며 출근하는데, 마음이 짠하다는 문자를 어머니가 보내 나도 덩달아 짠해졌다. 일은 점점 바빠질테고 시간은 점점 없어질텐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나는 무뚝뚝한 아들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좀 더 의식적으로 감정노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노력하면 학생때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2주차 월요일에는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 대상으로 등록되었다는 통보문서가 왔다. 드디어 나도 공식적인 노동자가 되었구나.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세금을 내고 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한다. 거기서 내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회사에 애정을 가지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토요일,일요일 양일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두번을 봤다. 4년의 기다림을 생각해보면 다소 부족한 느낌도 있었지만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마지막 마무리 덕분에 만족하며 극장을 나왔다. 다크나이트가 강박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옳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라이즈는 행복을 위해서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수많은 강박증 환자들이 생각났다. 나도 그렇고.
황금같은 주말이 지나간 후에는 본격적으로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사 셔츠를 입고 쭈구리같이 출근해서 교육을 받았지만 슬슬 직장인이라는게 실감났다. 거리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삼각지 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을 타니 1시간이 좀 안걸렸다. 근데 출근보다 퇴근이 문제였다. 빨리 집에 가서 지친 몸을 쉬고 싶은데 1시간 거리는 너무나 먼 느낌. 지하철에 서서, 버스에 서서 집에 가고 있자니 어서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결국 집을 내놨다. 언제 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일주일간 여러 교육을 받고 있자니 맘에 드는 것도 있고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다 결국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고, 어느 시점에는 또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일것이라 생각했다. 조직은 이런것인가 하고 경악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 회사라면 한번 쯤 젊은 날을 바쳐봐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많이 있었다. 부문장들이 와서 강연을 했는데, 다들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 강조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야 노동조건의 빈틈을 소명이라는 추상적 가치로 무마하려는 것일수도 있지만 사실 무슨 노동을 하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품의서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글로벌이라는 말을 지금까지 들은 것보다도 많이 듣고, 연수때랑 다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면서 계열사 교육 1주차를 보냈다.
목요일?금요일 쯤에는 벼르고 벼르던 <두개의 문>을 보러 갔다. 잊고 있었던, 혹은 잊으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영화를 보면서 불쑥불쑥 솟아났다. 아침에 용산을 갔을때 느꼈던 그 당혹감. 분노. 1주기에 참가했던 추모집회. 영상 내내 펼쳐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지만 대부분은 관심이 없는. 그리고 나도 점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고 화는 화대로 많이 났다. 영화는 메세지도 명확했지만 구성도 훌륭했다. 문득 우리의 삶과 세상이라는 것이 이제는 영상화되지 않으면 기억될수도, 주목을 끌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개의 문>이 담고 있는 리얼한 장면과 그것이 이끌어내는 감정들은 단순히 그것이 사실을 드러내서가 아니라 정말 영화같이, 영화답게 편집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보다 영화적으로 훨씬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당비를 좀 더 많이 내야겠다고, 이제 후원도 구독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한숨을 쉬며 집에 돌아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문득 어떤 시점이 되면 더이상 이런 일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일요일에는 지산밸리락페스티벌 지원근무를 나갔다. 4시간동안 메인본부에서 티머니 충전을 하고 4시간은 고앨,수정이 및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음악을 감상했다. 이전에는 공연이 있으면 앞에서 봐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제는 그냥 뒤에서 음악 들으며 수다만 떨어도 즐거웠다. 늙은건지 관심이 없어진건지. 근데 그러겠다고 15~20만원을 주고 오기는 힘들 것 같다. 노는 것은 이제 더 젊은 사람들의 몫으로.
목요일에는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이사를 대비해서 짐을 싸주고 개인적인 볼일을 보셨다. 월요일까지 있다 가셨지만 별다른 것들을 해주지 못하여 마음에 계속 어머니가 채였다. 일요일날 지산에서 근무(겸 체험)을 하고 월요일날 아침에 씨리얼을 챙겨먹으며 출근하는데, 마음이 짠하다는 문자를 어머니가 보내 나도 덩달아 짠해졌다. 일은 점점 바빠질테고 시간은 점점 없어질텐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나는 무뚝뚝한 아들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좀 더 의식적으로 감정노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노력하면 학생때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2주차 월요일에는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 대상으로 등록되었다는 통보문서가 왔다. 드디어 나도 공식적인 노동자가 되었구나.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세금을 내고 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한다. 거기서 내 자아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회사에 애정을 가지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