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첫 날.

leedong 2013. 1. 2. 00:30




  2012년이 훌쩍 갔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래 만난 이들과 힘들게 헤어지고 새로운 이와 만났다. 학생이 끝나고 노동자가 되었다. 5년을 넘게. 아니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던 서울 남서부를 떠나서 처음으로 강북으로 이사를 왔다. 평지에 살게 되었고 돈을 벌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 잘 바뀌지 않던 생각이 일을 시작한지 3~4개월만에 천지가 뒤바뀌듯 바뀌었다. 여자친구는 얼마전 내게 '평범해졌다'라고 했다. 나 스스로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보통의 그것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느낀다. 기대하던 일들 중 가장 큰 일-언젠가는 공연을 하겠지-라는 기대는 왠지 무산이 되어버린것 같아 마음이 계속 헛헛하다. 포기를 해버리니 쉽사리 마음이 가지를 않는다. 요요에 대해서 이제 관심을 끊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얼마전 문득 했다. 나는 뭔가 천천히 계속 해나가고 싶었는데, 같이 하기로 한 이들은 지금부터 삶을 걸기로 다짐한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포기 못하는 내가 같이 하자고 때를 쓸 수야 없는 노릇이다. 


  살이 10kg가 넘게 쪘고, 머리가 빠지고 갈수록 멍청해진다. 얼마전엔 잇몸 건강이 몹시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정이 끝난지 10년이 넘었는데 내 이는 다시 옛날 자리로 돌아가려는지 조금씩 틈이 벌어진다. 일을 하게 된 것 말고는 뭔가 나아지는 게 보이진 않는다.요 근래 회사를 다니고 있자면,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흘러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의 나는 사실 뭐가 더 좋아지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때 그때의 욕구만을 충족하면서 사는 것 같다. 쇼핑중독자가 되었다. 심심하면 쇼핑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악습은 언제쯤 벗어날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이대로 늙다가 아무것도 남기지도 이루지도 못하고 외롭게 살다 죽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물론 친구들과 보내는 술자리도, 종종 향유하는 문화생활도, 여자친구와의 시간도 모두 좋다. 행복하다. 그러나 뭔가 빠졌다는 느낌을 도대체 지울 수가 없다. 2013년이라고 다를까? 다들 뭔가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 같은데 나는 달려가는 척 조차도 안하고, 사실 뭘 향해 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허무하다. 생명력을 다 소진해버린 것만 같은 요즘. 2013년 첫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년엔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