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4개월차가 되가는 시점에 몇가지.
1)스트레스가 나날히 증가하고 있다. 몇가지 분석을 해보자면 근무환경이 비합리적이거나, 주변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너무 무능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만들라는 거 한번 제대로 만든 적이 없고, 연락하라는 것 한번 제대로 성사시킨 적 없다. 아직 때가 아니어서라고 말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이 일이 나한테 맞는지 몹시,많이 고민된다.
2)술자리가 무섭다. 원래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훨씬 더 내성적으로 변해가는 기분이다. 특히 남자들끼리의 술자리는 더 공포스럽다. 남자 특유의 그 문화..그러니까 형님 혹은 여자로 점철되는 그 몇시간이 내게는 상당히 괴로운 시간이다. 몇번 있지도 않았지만 두세번밖에 없던 그 시간이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이런 것들도 견뎌내야 사회인이 될 수 있는 걸까. 10월 11월 쯤 1년이 지나도 이런 술자리를 견딜 수 없다면 진지하게 퇴직을 고민해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아마 퇴직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하나?
3)일터에서의 무기력은 나머지 시간에서의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나는 학생때보다도 더 쓸모없고, 비생산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쇼핑이나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 잦아져, 체중은 10kg가량 불어났다. 업무의 미숙함과 더불어 체중증가까지 겹쳐지며 점점 자신감은 사라져간다. 지적인 호기심도 없고, 자기계발에의 욕구도 없다. 동물이 되버린 기분이다. 얼마전 여자친구에게 한탄했듯 '월급만 보고'산다.
4)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업무를 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어딜 가도 못할 것이다..라는 절박감 같은게 자꾸 떠오른다. 팀도 훌륭하고 직장도 나쁘지 않다. 내가 하는 업무도 의미있고,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런지..
5)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그동안 안느낀 만큼 몰아서 느끼고 있다.
6)타인에게 특별히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도 삶을 잘 영위해왔던 지난 시간 덕에, 억지로라도 다른 이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날들이 몹시 고역스럽다.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고, 그럴 의지도 있지만 일단은 그게 너무 힘들다. 많이 지적 받았던 부분도 이점이다. 왜 연락을 상시적으로 하지 않는가. 라고.
7)어쩌면 그냥 서류정리나 하며 조용히 출퇴근을 반복하는 것이 내게 가장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업무에도 사회성은 필요할 것이다. 내 스스로가 너무나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것 같아 견딜수가 없는 요즘이다.
월요일인데. 제안서 써야 하는데. 아...구원은 어디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