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0202] 그을린 사랑
leedong
2014. 2. 2. 19:05
시대에 희생되는 개인은 언제나 비극적인 주제다. 그러나 예측 가능하고 상투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하고, 슬픔이 이미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은 그러한 주제들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 이미 예측된 결말, 시대의 아픔 등 이런 수많은 허들을 넘어서 사람을 슬프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회파 영화가 아니라 정말 본질적인 비극으로서의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을린 사랑>이 그렇다.
우리가 그리스 비극을 읽을때 그 시대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하여 그것이 처절한 비극임을 깨달을 수 있듯이. <그을린 사랑>은 영화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레바논 내전의 맥락을 제거하더라도 살아 숨쉬며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다. 이 가족의 비극 앞에서 망연자실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맥락을 제거해도 살아 숨쉰다 하여 몰역사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읽고 보는 이야기가 그것이 비극이건,희극이건 사람의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성취하게 되면, 그 이야기는 어느 맥락 어느 역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어느 곳 어느 시간에서도 반복되는 비극은 우리를 체념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을 끊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 작품들을 우리는 고전, 혹은 명작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