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6] 축제와 애도
곳곳에서 축제가 취소되고 행사가 날아가고 있다. 회사도 난리다. 의지를 가지고 예정대로 진행하는 곳은 욕을 바가지로 먹는 모양새다. 축제를 강행하겠다고 한 고양시는 예비 고양시장후보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던데 글이 아주 가관이었다. 민의의 배반이니 뭐니. 근데 사실 민의가 그런 걸까? 사람들은 뭔가 분위기 전환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민의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나서 실상을 생각해보자. 아마 이번 취소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올해의 생계가 막막해졌을 것이다. 5월은 대목이다. 축제나 공연 관계자들에게 있어 1년 중에서도 수입이 제일 많을 때다. 축제를 중단하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이들은 축제란 그저 즐기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거기에 돈이 들어가고 인력이 들어가고 매출과 매입이 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진 생계의 장 외에 다른 생계의 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이런 타입의 분들은 보통 알바들에게 역성을 잘 낸다) 그리고 사람들을 마구 슬픔으로 몰아넣어야만 충분히 예를 다했다고 믿는 걸까. 박정희 죽었을때의 장례분위기랑은 좀 달라야 하는 거 아닐까?
지금 말도 안돼는 이 상황에 슬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일상을 지내더라도 애도를 표할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슬픔의 정서와 깊이도 각자 다르다. 나같은 놈도 있고 정말 너무 가슴이 아픈 분들도 있을 거다. 축제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슬프다면 알아서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람들이 택할 문제다.
평범한 방법이지만 축제에 참가하는 이들이 검은 리본을 달고 올 수도 있고, 공연 전에 무언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일상을 다 저버리고 애도하는 것보다 일상을 지속하며 자신의 뜻을 밝히는 것이 더 용기있고 귀한 일이라 믿는다. 다른 방식. 좀더 깊은 방법.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모든 것을 걸어막고 정해진 방식의 애도만을 요구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나는 그게 게으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알아서 달면 그만일 노란리본을 왜 너희는 달지 않냐며 난리를 피는 꼰대들 이야기도 들린다. 이게 유구한 남한 사회의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식의 다른 모습 아니고 또 뭔가 싶다. 아마 윽박지르는 이들은 자신들은 박근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비슷한 거 같다. 공부가 부족하고, 복잡함을 응시하지 않아 이 꼴이 된 것인데. 또 슬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의 복잡함을 그냥 다 피해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