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다]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1/21

leedong 2015. 3. 9. 10:44

팀 하포드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中 행복지수에 관한 이야기. 행복경제 운운 할 때 '국가가 뭘 내 행복까지 책임질려고 저 난리인가..'하고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이 내 주변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사람들이 겪게 될 불운이나,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보장해주면 그만이지 굳이 행복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재밌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후반부에 쏟아져 나온다. 특히 부탄에 대한 이야기가 몹시 매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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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독자]

저는 이스털린의 결론(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 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행복을 제대로 측정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저는 부탄이 국민총행복을 평가하는 유일한 나라가 되길 바라지 않아요.

[팀 하포드]

아, 네, 부탄이요. 그 히말라야 산악 지대의 왕국은 행복에 대한 통계를 수집하는 것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가장 분명한 사례입니다. 부탄은 순진무구한 행복쟁이들의 숭배 대상이지요.

...부탄을 숭배하는 행복쟁이들은 상당히 의심스러운 부탄의 인권 문제는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에 따르면 부탄의 네팔 소수민족 중 많은 이들이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부탄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당했다고 합니다. 네팔 소수민족 사람들이 애초부터 비참했었다면 그런식의 인종청소로 부탄의 평균 행복도가 높아질지는 모르겠지만, 네팔 국경을 가로지르는 난민촌 사람들의 행복도까지 높아지지는 않겠지요.

뜻밖이겠지만 국민총행복 같은 개념을 방어를 위한 대응책으로 생겨나기도 합니다. 당시 부탄의 왕이었던 지그메 싱예 왕추크는 1986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탄의 경제 성장 부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국민 총행복이 국민총생산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 발전의 정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위안을 줄 만한 대안을 찾는 사람은 부탄의 국왕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 대통령 시절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교수를 선임하여 GDp의 대안을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렇게 열성을 보인 한가지 이유는 프랑스인들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프랑스의 GDP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대부분의 다른 지표들로는 프랑스가 더 괜찮아 보일 수 있으니까요. 대안 지표를 찾는 것이 불합리한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1월 21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