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회 인상평
-먼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웅철형과 모든 심판진,스텝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이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취직준비와 학교생활로 찌들어있다가 대회를 이틀동안 가니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즐겁게 대회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년에 단 하루라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회에 비해 요요붐으로 인하여 일반관객도 늘어나고 규모도 커진 덕에 좀 더 반듯하고 틀이 잡힌 대회진행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회의 진행이라던가 분위기에서도 정말 내가 1년에 한번 있는 전국대회에 참가하는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김민규군과 차담대군이 아닌가 싶습니다. 담대군 같은 경우는 (저는 몰랐었지만) 알고보니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더군요. 실제로 주니어부 경기때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우승을 거머쥐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해서 김성규-이규진의 뒤를 잇는 요요동 아이돌 계보를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민규군 같은 경우 이미 심사위원 특별상으로 입증되었지만 투핸드를 제외한 모든 분야를 두루두루 잘하더군요. 2007년 이민우군 등장 이후로는 눈에 띄는 신인이라면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기본이 된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잘하는 것 뿐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폼도 좋았습니다.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오프스트링 부문의 경우 이민우-전지환 리벤지 매치가 화제를 모았죠. 두 선수의 스타일이 완전 달라서 (체술vs슬랙과 리저너레이션 계열) 막상 당사자 둘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을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가장 재밌는 경기 중 하나였습니다. 이민우군의 미스가 예전에 비해서 많아진 건 민우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서..’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이전보다 기술이 복잡해졌기 때문인것 같아요. 전지환군은 어쩜 그렇게 기술을 딱딱 잘 맞추는 지 볼때마다 감탄합니다. 둘 다 축하드려요.
-제가 참가한 투핸드 부문의 경우 거의 6년이 넘게 윤종기-한진규-이동훈의 본선 프리스타일이 반복되어 약간 흥미가 떨어지는 면이 있지요. 특히나 올해는 다들 컨디션 난조로 선수 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프리스타일을 보여줘서(저는 연습을 안해서..-_-;) 모두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 이 부문은 누가 우승을 하느냐보다는, 갈수록 올라갔을 때 얼마나 만족스럽고, 보는 사람이 재밌게 볼 만한 쇼를 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작년부터 매년 하는 다짐이지만 내년에는 꼭 잘 준비해서 신인들 등장 못지않게 재밌는 무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종기 우승 축하합니다.
-트리플A의 경우 누구나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인생에 한번은 말릴 때가 있다’라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_-; 진이가 많이 낙담했었는데 내년에는 더 멋진 프리스타일 보여줄거라고 기대합니다. 범준이의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는 월드클래스 플레이어라는 말 밖에는 ㅠ.ㅠ
-카운터웨이트의 경우 투핸드만큼이나 하루 빨리 파괴력있는 신예가 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신이가 너무너무너무 잘해요..그리고 병준이의 존재감은 여전하더군요. 우승자보다 더 영원한 캐릭터를 획득한 병준이야말로 요즘 가장 부러운 대상입니다.
-원핸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아마 이번 대회의 가장 반전은 대은형의 우승일겁니다. 단 두명만이 대은형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는 토토결과가 말해줬듯이 아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대은형과 친한 대열이와 저 조차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회에 나와서 우승을 한다는 걸 잘 상상을 못했고, 그동안 연습을 잘 못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이번 대은형의 프리스타일을 보면서 감동받은 분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 요요플레이어의 희망을 보여줬달까.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이미 작년에 준우승을 거머쥔 경력이 있지요.
다른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대은형은 ‘그런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세계에 대은형 하나 밖에 없는’ 플레이어입니다. 호리즌탈 계열과 몸을 사용한 기술이 대세인 지금에 특유의 정교한 스탠딩 스타일로 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대은형의 우승이 다소 싱거운 상황에서 압도적으로 이루어졌던 걸 생각해보면 이번 우승이야말로 그동안의 대회와 이번 대회 전부문을 통틀어 가장 값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축하드립니다. AP 기대하겠습니다.
-2위를 차지한 이도승군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덤덤한 표정의 시크한 프리스타일이 돋보였습니다. 아마 요즘 가장 유행하는 계열의 기술들을 무대위에서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닌가 싶네요. 정작 본인은 어떨지 모르지만, 사실 10년차가 넘어가는 선수들도 종종 긴장해서 프리스타일을 말리는 걸 생각해보면 딱히 긴장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기술들을 거의 적중시키는 게 이 선수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싶습니다. 대회에서 1~3위 차이란 실수 하나로 갈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건 장기입상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겠죠. 또한 아직 10대라는 점이 이 선수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3위를 차지한 이민우군은 생각해보면 자신의 주종목이 아님에도 원핸드에서는 항상 3위를 차지해왔습니다. 첫 원핸드 때는 그냥 ‘쾌속 플레이’ 정도였던 걸 생각해보면, 이제는 이민우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원핸드 스타일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빠른 기술구사와 누구보다도 시원시원한 움직임, 그리고 언제나 긴장하지 않고(것 처럼 보이는)음악의 분위기를 잘 맞춘 퍼포먼스까지. 민우의 프리스타일을 보면 투핸드 룹을 보는 것처럼 쫙쫙 뻗어나가는 요요 움직임이 너무 좋아요. 정작 자기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게 너무 놀랍습니다.
-4위를 차지한 문수는 저에게는 우승 이후론 ‘언제나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챔피언으로써의 무게감도 있고요. 대은형이 정교한 플레이, 민우가 경쾌한 플레이라면 문수는 파워풀한 플레이가 특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 제가 알기로는 지금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어렵고 다양한 기술을 많이 할 수 있는 선수인데, 안타깝게 항상 긴장을 해서 대회에서는 자기 기량을 반도 못 발휘한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5위 내에 든다는 점이 참..
여튼, 내년엔 대회 참가를 안할지도 모른다는데, 계속해서 문수가 프리하는 걸 보고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문수의 우승을 보고싶네여!
-5위를 차지한 (아이들의 우상) 윤종기 선생님은 위에 언급한 플레이어들과 같이 파워라던가,스피드,정교함과 같은 특화된 부분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나 풍부한 공연경험에서 나온 퍼포먼스와 여유있는 동작, 기술 성공후 어필은 5위내에 있는 선수들 중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선수는 원래 투핸드 전공자라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지금 원핸더 중에서는 민우와 종기 정도가 ‘매니아에게도 어필하고 일반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공연을 짤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요요를 하는 올드멤버들이 항상 중요시해왔던 ‘공연자로서의 역량’을 실천하고 있는,지금으로써는 정말 몇 안되는 중요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경우 대체로 요즘 유행하는 어려운 계열의 기술들을 무난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경기를 보는 내내 많이 놀랐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듯이, ‘요즘 애들은 왜이렇게 잘하니?’) 다만 아직까지는 ‘영상에서나 보던 기술을 눈앞에서 보여준다’라는 정도의 신기함 외에는 이 사람만의 것이다!라고 할 만한 특징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건 꼭 기술의 스타일 문제 뿐 아니라 자신이 요요를 할때 가지는 표정, 무대를 활용하는 방법, 동아리 사람들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갖춰줘야 가능한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단기간 내에 가능한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대회를 나가고 연습을 해나가며 가능한 것이기에 지금 당장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서운해하지 마셨으면 해요. 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다양한 프리스타일을 보고, 또 요즘 기술들을 연습하고 만들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요요를 해나가시면 어느샌가 지금 여러분이 동경하는 저 사람들과 같은 위치가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요요를 잘하는 모든 이들도 한때는 다 누군가를 동경하던 이들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더군다나 이번에 6~10위를 차지한 분들은 지금 스타들이 그 나이때 하던 것보다 더 요요를 잘합니다...-_-;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대회를 준비하느라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한 웅철형. 부족한 인원과 바쁜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준 심판진들. 눈에 띄진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대회장에서 묵묵히 해 준 백태영님과 고진호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고작 이틀간의 대회이지만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이들이 고생을 합니다. 지인에게 연락해서 강당을 빌리는 대신 무료로 공연을 약속하고. 스폰서를 받기 위해서 해외에 이메일을 보내 답을 기다리고 택배를 받고. 자신이 번 돈을 내놓고, 좀 더 제대로 된 진행을 위해 입장권을 만들고 소품들을 수작업하고. 이메일로 날아온 음원들을 정리하여 테스트합니다. 또 제대로 된 무대를 꾸미기 위해 대회 전날 온갖 짐을 다 나르며 행거를 설치하고 현수막을 겁니다. 차를 몰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짐을 나릅니다. 특히 웅철이형은 매년 대회를 위해 저라면 머리가 빠져버릴 만큼의 많은 일을 혼자 다 감당하시고 일을 진행합니다. 그 밖의 스텝들이 웅철형만큼은 아니더라도 대회의 진행을 위해 위에 언급한 일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을 합니다.
우리는 그냥 와서 보고 즐기는 대회이지만 사실 이 대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성립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합니다. 매년 대회가 끝나면 뒷풀이에서 “내년엔 대회를 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나오곤 합니다. 2000년대에 대회를 시작 한 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대회는 항상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져 왔던거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대회들은 한사람의 사재를 털어서도 하기도 했고요. 강당을 빌릴 여유가 없어 겨울의 요요캠프에 대회를 통합시켜 진행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항상 그냥 요요가 좋은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없이(물론 즐겁긴 합니다!) 자기 돈과 시간을 쏟아가며 이렇게 13년째 대회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사실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대회에 가자 그리고 감사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당연히 열리는 것처럼 여기고 그냥 즐기고 가는 이 대회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 때문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한번 쯤 우리 모두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매년 대회가 열릴 때마다 그 날만큼은 정말 한번뿐인 축제라고 생각하며 결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말고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두 대회 즐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