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자본주의> 중
"..순수한 비판론은 문화를 정치 영역 안에 포섭하는데. 그러다 보니 순수한
비판론이 하는 일은 결국 문화가 어떻게 해방의 수단이 되거나 억압의 수단이 되는지. 문화가 어떻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거나 보물을
만들어내는지 그 방법들을 열거하는 일이 되어왔다. 이러한 입장은 우리의 문화분석을 자칫 빈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문화 텍스트 및 문화 실천으로부터 놀라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사유를 세계에 대한 분명한 정치적,윤리적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느냐(또는 없느냐)로 환원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곧 정치적 기준으로 대중문화를 평가하는 것이 그렇게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대중문화 텍스트는 자의식적이고. 고의적으로 양면적이고. 아이러니하고. 자기반영적이고. 자기모순적이고. 역설적이다.
..19세기의 지식인은 자본주의가 미치지 못하는 다른 곳으로 물러서서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오늘날의
비판론 가운데 자본주의의 제도들 및 기구들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판론을 포기하고 온갖
사회영역들에 대한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가 맞서고자 하는 시장 세력 못지 않은
교묘한 해석 전략들을 계발해야 한다. 비판론의 힘은 대상에 대한 친밀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는 비판론을 없애자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우리는 비판론이 필요하다. 요컨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비판론은 문화가 일정한 정치적 아젠다(평등. 해방.
가시화)를 어떻게 증진하는가 (혹은 증진하지 못하는가)를 열거하는 비판론이 아니다. "
-에바 일루즈 <감정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