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는 광희형과 형준형을 만나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 근 몇년만에 노래방도 갔다. 나보다 훨씬 어른인 광희형은 고맙게도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털어놓았고, 나는 내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해줬지만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 나 자신을 잘 못 놓는 편이라 노래방,클럽 등에서 잘 놀지 못하는데 그날 노래방에선 한 10%정도는 놓고 놀았던 거 같다. 상도역 바닥에서 디비 자다가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위키드 초대권을 받아 관람하고 월급이 나오자마자 연극을 두 편 관람했다. <싸이코패스>와 <늙어가는 기술>을 보았다.<싸이코패스>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건질 부분이 있었고, <위키드>와 <늙어가는 기술>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늙어가는 기술>이 주는 감동이 장난이 아니었다. 빨리 그 감동을 잘 갈무리해서 써야 할 텐데.사정이 되는 대로 곧 <아워 타운>과 <오디세이>를 볼 예정이다. 국제공연예술제에서 보고싶었던 작품들은 오사카 출장 기간과 겹쳐서 볼 수가 없다. 아쉽다.
안철수가 드디어 출마했다. <광해>의 글에서도 말했지만 그냥 나는 이들이 뭘 하겠다는 지 잘 모르겠다. 설명해줘도 알아들을 수 있을지. 공감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박근혜가 되면 유신 시절로 돌아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들도. 안철수가 되면 세상이 바뀔 것 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들도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진다. 좌파후보를 내겠다고 짠한 노력을 지속하는 좌파들도 멀게만 느껴진다. 뭔가 그냥 이런 상태들이 내 평생 지속될 것만 같다. 선거라는 것이 그냥 내가 믿는 바를 실천하려 하는, 그러니까 마치 주일날 교회에 나가는 행동과 같이 이루어 질 뿐 내가 어떤 변화가 정말 다가올 수 있다고 믿어서 하게 될 일이 이제 내 평생에 있을까. 이런 반사적 투표라면, 내가 진보정당과 좌파에 표를 던진다 한 들, 새누리당에 표를 던지는 TK 사람들과 다르다고 말 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근본적으로 나는 보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내 생각에는 인간의 어떤 고통들은 사회의 생산양식과 상관없이 계속 존재하는 것이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 따위는 없는 것 같다. 때문에 어떤 일들에 대해서 세상, 혹은 후보가 바뀌면 없어질 것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나에게는 그릇된 환상 혹은 종교적 광신도의 설교처럼 느껴지곤 한다.(물론 노동의 문제는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나는 아직까지 '믿는'다.) 써놓고 보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세상이 좀 더 바뀌기 위한 이유라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쓸데없는 일로 억울하게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돈없어서 못배우고 돈없어서 아프지는 말아야겠지.
그러나 그런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세상엔 여전히 불만족과 고통이 존재하고, 자아가 존재하고 타인이 존재하는 한 경쟁에 따른 행복과 고통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본질적인 어떤 것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결국 세상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불행이 정말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떤 고통들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더 가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인간의 숙명이 아닌 것처럼, 혹은 자본주의만 벗어나면 해결 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고통이 인간의 숙명이 아니라면 수많은 비극들이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우리는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혼을 구원하려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매진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원의 열정인지, 비판의 이성인지 헷갈리는 요즘.
내가 관심을 가졌던 '정치'의 영역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이제 그런 정보들은 보다 내가 일을 잘 하기 위한,
혹은 보다 수월하게 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전락해 가는 느낌이다. 다만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옴에 따라
어쩌면 '진짜 정치의 세계'가 열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하루하루를 결정짓고, 내가 직접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권력관계들은 학생시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증가했다. 내가 그 이면에 있는 어떤 구조를 계속 직시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냥 하루하루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그것도 쉽지 않겠지.
추석 기간에는 내내 술을 마셨고, 그 모든 시간은 대열,현웅,대은형과 함께 했다. 성과가 있다면 동네 뒷 산의
경치가 정말 끝내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골든 타임>이 얼마나 훌륭한 드라마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 다 보고 나면 글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조직이 조직이 아닌 '팀'이 될 때 얼마나 개인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배가 너무 나와서 밥을 먹고 앉아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2주전부터 운동하자는 말을 속으로 몇번이고 되뇌었는데, 대체 언제 시작할 건지..그냥 옥상에서 줄넘기를 해야 하나 싶다.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는 사당에서 등산을 마친 10과 광일,상민,형기 등과 함께 회에 낮술을 마시다 신촌으로 가서 대열,한별과 함께 또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첫 대면이었는데 첫 술자리부터 음담패설이 오고가는 아름다운 술자리어서 뿌듯한 마음.
내일 모레는 오사카에 출장을 간다. 신입인데 벌써 해외출장이라니. 가서 정작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근 1년은 비행기 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주변에는 덤덤하게 이야기 하지만 기대가 많이 된다. 첫 일본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