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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꽃뱀과 성추행의 구분?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3/01/16/10039098.html?cloc=nnc



 친구가 올린 글과는 별개로, 이 칼럼의 어떤 면들이 한없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성범죄 판단의 허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각박한 세태에 대한 어떤 도덕적 지침을 이야기하는 칼럼이다. 물론, 한국에서 대다수의 이들은 '각박한 세태'에 대해 도덕적인 분석과 훈계를 내리지 합리적인 분석 같은건 딱히 하질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나같은 동네 아저씨들이 할 일이지 언론이 할 일은 아닌거 같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 가볍거나 오해라고 생각해도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땡인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땡'이 아닌 이유는 한국사회에서의 성범죄자에 대한 온정 때문

일게다. 성범죄자 사형에 대해 모두가 찬동하는 요놈의 세상에서 '온정'이라니 무슨 말을 하나 싶겠지만 성폭행에 대한 감

수성 자체도 '우리딸,우리누나'수준의 것인데다가 성추행에 대한 감수성은 거의 제로 내지는 마지못해 인내하는 수준에 

가까운 사회에서 성범죄에 대한 태도가 온정적이라는 말이 그리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성범죄 유죄 판단의 부분은 분명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을 중시하기에 분명 어떤 경우엔 애매한 순간들이 온다. 그러나 그것은 칼럼이 잘 지적하듯이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어떤 경험적 혹은 법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가야 할 일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수밖에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걸 견딜 인내가 있느냐의 문제다. 더군다나 현재까지 한국 사회에서의 성 인지적 관점이라는 것이 그리 높지 않음을 생각해본다면, 가해자에겐 무난한데 피해자에겐 치명적인 상황은 수도 없이 많다. 연령대가 좀만 높아져도 상황은 피곤해진다. 나는 피해자의 주관성을 중시하는 방식이 분명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지형도에서 분명 더 많은 합리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억울한 사람도 종종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배려 또한 칼럼이 말하듯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소수의 사례'여도 당사자들에겐 인생이 걸려있으니.

 그러나 성범죄 판단의 애매모호함은 항상 이러한 지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때문에 칼럼 스스로 말한 '소수의 사례'인 피해자 중심주의의 과잉사례 혹은 악용사례를 '추행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상황에 눈을 감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라며 비분강개하는 것은 찝찝함을 남긴다.
 
 더군다나 . "R 교수는 “한번은 학생을 도와주러 갔다가 피해자라는 여성이 ‘오늘 등록금 벌었어’라고 전화하는 걸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는 사례는 헛웃음만 나온다. 만약 그 피해자가 진짜 피해자라면, 그녀가 받은 합의금 가지고 등록금을 내건 말건 기뻐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이 사기를 입증해주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건 발생 후 어떤 태도가 진짜 유죄/무죄를 가려준단 말인가. 그 여자는 사건 당시에는 수치스러웠지만 이후에는 기분이 풀렸을 수도 있고, 어느날 갑자기 다시 사건이 떠올라 기분이 나쁠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알 수가 없다. '성범죄를 당한 이는 죽을것 같은 수치심으로 계속 살아가야 진짜 피해자'라는 인식이라도 가져야 하는 걸까? 더군다나 사례들이 진짜 사기인지 아닌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이 글은 아침에 내가 말했던 '남자들의 망상'을 키워주기 딱 좋은 권위있는 출처로 사용되기 좋을 것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