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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0805] 충동의 즐거움

  꼭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만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7 마지막 주에 나는 정말로 충동적으로 수영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그냥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고, 생각이 떠오르고 나서 10 내에 이미 나는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10 정도 거리에 있는 구립 청소년 수련관에 인터넷으로 등록을 마쳤다. 동시에 수영복과,수영모와,수경을 구매했다. 그리고 몇일 , 정말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수영을 '하고 있다' 말하기는 민망하다. 이제 겨우 두번 나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발차기를 엄청 하다가 팔다리를 뻗은채로 뜨는 연습을 했고, 두번째부터는 부표에 손을 얹고 다리 전체를 참방거리며 고개를 넣었다 뺐다 하는 연습을 했다. 나도 모르 수영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어 배운지 10분만에 나는 명량의 판옥선처럼 능숙하게 앞으로 나갔다면 좋았겠지만 전체 수강자 20여명중 나를 포함한 3명만이 높이 1m정도의 초보 풀장으로 돌아가 무지하게 연습을 해야 했다.

  나는 내가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나는 내가 운동을 배우는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었다. 몸을 쓰는 배우는 너무 재밌다. 남에게 비루한 몸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나는 공중목욕탕도 가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수영을 배운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정말 단순한 걱정이었다. 초보적인 동작 뿐이고, 몸치라서 같은 반의 어린 친구들보다 확실히 진도가 늦지만 물에 들어가는 것도 동작을 배워서 조금씩이라도 익히는 것도 너무 재밌다. 물을 먹으면 귀찮거나 힘든게 아니라 오기가 생겨서 계속 하게 된다. 뱃살이 부끄러운건 시작할때 뿐이다. 요즘 이렇게 다른 생각 없이 순간 일에 집중 해본게 너무 오랜만이다. 

  아마 어린 시절 강제로 다녔다면 이런 즐거움을 몰랐을 것이다. 피아노도,바둑도 지금 한다면 재밌게 배울 자신이 있다. 하고 나면 엄청 노곤하고 몸에서는 열이 나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워서 빨리 다음 수영 시간이 기다려진다. 요요 처음 배워나갈 생각이 정도다. 제발 즐거움이 초반에 있는 그런 호승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충동적인 결정 덕에 한동안 계속 즐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