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트위터를 들어갔다가 요즘 화제가 되는, 유민아버지에게 막말을 한 이산씨의 트위터에 들어가봤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의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건 일베충스러운 온갖 글들의 리트윗과 (단식한 사람 얼굴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유민아버지는 부끄러운 인간이다, 종북 척결 등등..) 욕설과 분노. 뭐 그런 것들이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인데, 민망을 넘어서서 측은할 지경이다.
일베스러운 인간들이 다 그렇지만, 이 인간은 대체 왜 이렇게 증오에 사로잡혀있을까. 이런 증오를 나는 평생에 가져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그에게는,(그리고 그에게 동조하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월북을 했거나 좌익경력으로 연좌제의 피해를 봤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흉 보듯이 일이 안풀리니 어떻게 한번 튀어서 정권 눈에 들어볼려고 하려는 생각일 수도 있고, 박근혜만이 진리라고 생각해서 이 대통령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못하는 천치일 수도 있고. 그냥 일베가 너무 좋아서...뭐 어쨌든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야 우리가 추측만 할 뿐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것이고, 다른 생각을 좀 해 봤다. 좀 쌩뚱맞지만 좋아하는 일들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이런 증오와 분노가 스스로가 만든 지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이 만든 지옥보다 스스로 만든 지옥이 더 무서운 법이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슬픔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그의 분노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전자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공포와 살의로 가득차 있다. 이산 이 분도 좋아하는 게 있을까?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하루에 몇번이나 생각할까.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시간을 보니 트위터도 끊임없이 하던데, 그 순간 순간이 분노와 증오와 공포로 가득 차 있다. 북한이 두렵고, 대한민국이 좌익한테 뒤집힐까 두렵고 (극우파들은 진보파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가족들이 헌법질서를 망칠까 두렵고...물론 그의 트위터로 그의 생과 취향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이것은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괴물이 안되는 법 혹은 스스로의 지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세상과 무관하게 내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몇년 전 부터 계속 했다.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하루에 몇분 정도는 빠져있을 수 있는 것 말이다. 그게 연인이건, 음악이건, 요요건, 그 어떤 취미생활이건 간에 좋다. 하다못해 야동 수집이라도 말이다.
이 양반의 트위터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잘 챙기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같은 맥락에서 아무리 정의로운 일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 이들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너무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다. 좌파건 우파건 극이건 내가 온라인에 쓸 이야기가 세상과 정치 이야기 뿐이라는 건 너무 지옥같은 일이다. 세상 살기 힘든게 우리 스스로의 탓은 아니지만, 거지같은 놈들 때문에 좋아하는 것 하나 없는 삶이라면 그것도 너무 억장 무너지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산씨 프로필을 보니 직업이 연기자라는데, 부디 연기를 사랑하는 분이길 바란다.
잡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