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에서 윤여정이 김강우를 범하는(!) 장면에 대해 어떤 트위터 사용자가 "늙은 여자의 욕망에 대해 관객들이 웃는 것이 당혹스러웠다"라는 지적을 했다. 그 지적을 보는 순간 문득 숨이 탁 막혀오며 문득 신경질이 났다. 아 이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세상..나에게 PC(정치적 올바름)이란 대체 뭔가? 그래 한국사회에서 늙은 여자의 욕망에 대해 희화화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 하지만 늙은 남자의 욕망은 희화화되지 않는가? 적어도 <돈의 맛>에서 이성에 대한 노인들의 욕망은 성별에 상관없이 요상하게 다뤄졌던 것 같은데..젊은 여성은 성상품화되서 문제고, 늙은 여성은 성상품화가 안되서 문제고. 뭐 그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써놓고 몇몇 사람들이 보면 기가 막힐 발언이긴 하다.
여기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하나 이야기를 하자면,여성이 겪는 삶의 문제들을 우리는 남자인 한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실감할 수'없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일이고 우리와 연관된 일이기에 우리는 이성적인 공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게 지금까지 여성학 학습에 대한 내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 입장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근데 사실 그 정도까지도 아니고 이제는 그냥 뭐. 꼭 이해를 해야 하는 걸까. 그들은 그렇다고 인정하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 타인을 대하는 순간들이 아니라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즐기기 위해 컨텐츠를 소비할때는 그런 고민들을 접어놓고 보고싶다. 웃기면 웃고, 화나면 화내고. 내가 어떤 컨텐츠를 소비하는 순간마저도 PC해야 한다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거 같다. 그게 되는 이들도 있긴 하겠지.
정치적으로 올바라야 하기 때문에 개그콘서트도 문제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문제고, 어벤져스도 문제고, 돈의 맛도 문제고...세상에 뭐 하나 제대로 볼만한게 없다. 나는 PC하다는 이유로 책을보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 공공연하게 음담패설을 하는 것이 불쾌한 짓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맞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온갖 더럽고 끈적한 이야기를 하며 살고 싶다. 내 세계마저도 PC해야한다는 강박으로 도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 적어도 20대 초중반에는 그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나는 그런 강박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요즘 다시금 실감한다. 좌파가 되어야만 행복한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세상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을 울리는 순간은 PC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기준 혹은 세계가 그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가 아니겠는가? 타인에 대한 예의 정도로써만 PC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