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30
입사 전에 많이 놀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요 근래 계속 술을 마셨다. 한잔 두잔 마시던 술을 지난 금요일에는 분당에서 대은형,현웅이,문수와 함께 밤새 마셨다. 조금 마시다가 현웅이와 대은형은 잠이 들었고, 문수랑은 요요동에 대해 요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요요 방송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우리는 앞으로 요요를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그러다가 현웅이와 대은형을 깨워 다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고, 새벽 7시에 비를 맞으며 나와 분당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옷을 갈아입고 현웅이와 함께 영조형 결혼식에 참석했다. 얼마전엔 권선형,부산 영조가 결혼하더니 이번엔 영조형 결혼. 시간이 좀 지나면 아마 지금 우리 팀원들이나 우리 세대의 요요플레이어들도 결혼을 하겠지. 의외로 빨리 올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했다. 반가워하는 영조형을 보면서 평소에 연락을 좀 자주 하고 지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집이 가까워 참가한 진규,현웅,나 셋이서 피로연에 가서 음식을 몇그릇 먹고는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카이스트 앞을 지나다가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택시기사 아저씨는 사는게 힘들어 사람이 죽는게 안타깝다고 운을 떼더니 우리에게 양해를 구한 후 이명박과 영부인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거친 욕설을 내뱉어댔다. 현웅이와 나는 불편한 마음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왔지만 막상 내리니 후회가 됐다. 왜 하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아마 저런 생각이 스스로 상식이라던가, 진보적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믿고있는 걸까. 저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 그렇다면 아무 대꾸도 해주지 않은 우리를 보면서 그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짧은 시간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그 심한 욕설들에 대해 좋은 말로라도 자제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졌다.
7시가 좀 넘어 고속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뮝기적거리다가 저녁 약속이 있는 인천 웅철형네 집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이 가고 오랫만에 보는 병국형,영권이와 항상 보는 진이와 현웅이가 남아있었다. 안좋은 속에 술은 많이 마시지 못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웅철형은 축하턱이라면서 이런저런 맛있는 것들을 해주시려고 했지만 정말 생각이 없어서. 과자랑 웅철형이 해주신 간짬뽕 정도로 만족했다. 웅철형이 해준 이야기가 왠지 가슴이 찡했고. 나는 웅철형에게 형하고 정환형,대열이가 정말 날 사람 만들어줘서 이나마 된 거라고 웃으면서 말하고는 웅철형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정말 진심이다. 형들한테 항상 고맙다. 요즘 들어 더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 모든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어디 내가 사는 게 다 내 탓뿐이겠는가. 그렇게 남자 넷이서 또 온갖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 물론 음담패설도 많이 했지만...아마 세상 어디를 가도 20대 후반이 넘는 남자들이 만취도 안한 채 수다로만 밤을 지새는 곳은 여기 말고는 몇군데 없을 것이다.
늦은 밤에 아쉬움을 남기고 현웅이 차를 영권이와 함께 타고 집으로 갔다. 아닌 척 해도 착한 현웅이는 또 그 먼 거리를 데려다주고는 돌아갔다. 가는 길에는 중년 남자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아빠들의 어려움. 아빠와 아들간의 어색함. 싸움. 우리도 나중에 만약. 애를 낳게 되면 이런 이야기들을 그 애들이 언젠가 하겠지.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자는 다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연 이틀 잠을 제대로 못자고 술 기운이 미처 깨질 않아서 피곤했지만, 사람들하고 차 타고 달리면서 수다떠는 기분이 너무 좋았고, 한동안 이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워졌다. 2006년에 요앤조이 만든 뒤 미팅 때 차 몰고 아침에 바다 갔던 일이 생각 났다. 그때는 정말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영권이,현웅이,동건이,대열이,종기,진규만 남았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남을 사람만 남은 것이다.
7/1
밀린 잠을 몰아 잤다. 이루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매우 현실적인 꿈을 꿔서 일어나서 한참을 우울해했다. 무서운 걸 꿈에서 겪는게 아니라, 너무나 꿈이 행복해서 일어나면 허무해지는게 진짜 악몽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정리를 하고 느지막히 선배를 만났다. 곰탕을 먹고는 선배와 함께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를 하고 있는 선배는 만날 때마다 항상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예계 사건사고 이런 게 아니라. 기자의 세계라는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기가 막힌 일들이 있는지. 어떤 고충이 있는 지 등등. 답답한 사람들과 철없는 사람들과 꼰대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3시 쯤 집에 돌아와 다시 채비를 했다.
도중에 페이스북을 켰더니 웅철형이 유키히로 스즈키가 죽었다는 뉴스를 올렸다. 잠시 혼란이 왔다. 유키히로 스즈키? 히로유키 스즈키? 유키 스펜서? 그러다가 번뜩 그가 누군지 생각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세계 투핸드 플레이어들을 매료 시킨 세명중에 한명. 투핸드를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참고했을 사람. 그러다가 요요를 그만두고 공연자를 하겠다고 서커스 학교로 유학까지 갔던 일본 플레이어였는데. 나랑 나이차도 몇 안나는 사람이,그것도 유명한 요요 플레이어가 객지에서 죽었다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밀려왔다. 우리랑 하고싶은 공연은 달랐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도 있구나-하고 참고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학로에서는 정말 오랫만에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키사라기 미키짱>이라는 연극인데, 보고싶은 마음도 컸지만 일하게 될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모인 오타쿠 팬들의 하룻동안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이다. 내용은 무척 재밌었지만 영화를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연출 덕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소 필요없는 과장된 부분들도 보였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연극임에도 연극답지 않았다. 극 시작 전의 스크린 광고라던가,영상을 통한 주의사항. 너무 영화적인 무대연출 등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즐겁고 기분 좋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연극었음에는 틀림없다. 오히려 대부분이 영화에 익숙한 이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연극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김종욱 찾기가 그렇고 푸르른 날에가 그렇고. 내용의 측면에서는 그냥 코믹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좀 번뜩이는 부분이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태도라던가 관계에 대한 거라던가. 깊은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볼려면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게 있었다. 아마 내가 들어가면 저런 작품들을 다루는 일들을 하겠지. 아니 해야 할텐데. 그러고 싶어서 지원한 곳인데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 등의 고민을 했다.
밥을 먹고는 전광수 카페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라고 느끼는 내가 마셔도 유난히 맛있는 커피를 파는 집이었다. 어른이 뭔지 애가 뭔지 우린 철이 들긴 들은건지. 앞으로는 뭘 어찌해야하는지 같은 거창한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또 괜히 오지랖 넓은 이야기를 한 건 아닌지. 혼자 떠든건 아닌지 싶기도 했지만 뭐. 담에 주의해야지.
도중에 페이스북을 켰더니 웅철형이 유키히로 스즈키가 죽었다는 뉴스를 올렸다. 잠시 혼란이 왔다. 유키히로 스즈키? 히로유키 스즈키? 유키 스펜서? 그러다가 번뜩 그가 누군지 생각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세계 투핸드 플레이어들을 매료 시킨 세명중에 한명. 투핸드를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참고했을 사람. 그러다가 요요를 그만두고 공연자를 하겠다고 서커스 학교로 유학까지 갔던 일본 플레이어였는데. 나랑 나이차도 몇 안나는 사람이,그것도 유명한 요요 플레이어가 객지에서 죽었다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밀려왔다. 우리랑 하고싶은 공연은 달랐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도 있구나-하고 참고가 되었던 사람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학로에서는 정말 오랫만에 연극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키사라기 미키짱>이라는 연극인데, 보고싶은 마음도 컸지만 일하게 될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이돌 키사라기 미키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모인 오타쿠 팬들의 하룻동안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이다. 내용은 무척 재밌었지만 영화를 그대로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연출 덕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소 필요없는 과장된 부분들도 보였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연극임에도 연극답지 않았다. 극 시작 전의 스크린 광고라던가,영상을 통한 주의사항. 너무 영화적인 무대연출 등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즐겁고 기분 좋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연극었음에는 틀림없다. 오히려 대부분이 영화에 익숙한 이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연극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김종욱 찾기가 그렇고 푸르른 날에가 그렇고. 내용의 측면에서는 그냥 코믹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좀 번뜩이는 부분이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태도라던가 관계에 대한 거라던가. 깊은 건 아니었지만 생각해볼려면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게 있었다. 아마 내가 들어가면 저런 작품들을 다루는 일들을 하겠지. 아니 해야 할텐데. 그러고 싶어서 지원한 곳인데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 등의 고민을 했다.
밥을 먹고는 전광수 카페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라고 느끼는 내가 마셔도 유난히 맛있는 커피를 파는 집이었다. 어른이 뭔지 애가 뭔지 우린 철이 들긴 들은건지. 앞으로는 뭘 어찌해야하는지 같은 거창한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또 괜히 오지랖 넓은 이야기를 한 건 아닌지. 혼자 떠든건 아닌지 싶기도 했지만 뭐. 담에 주의해야지.
집에 와서 정리를 하고 있다가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자소서를 쓰는 친구는 요즘 자소서 작성 때문에 우울하다며, 내가 뭘 하며 산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치만 나는 자소서를 쓸 때는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 해왔고 의미있게 살아왔다고 느끼는 건 실제 어떤 결과가 나왔을 때 하는 이야기고, 그 전에는 누구나 자신이 다 부족하고, 남들은 다 잘 살아왔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자신이 해온게 별로 없는 것 같아도 그건 나중에 가봐야 아는 일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주어진 상황을 열심히 이겨내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봤을때야 내가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뭔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자기가 잘했다 못했다라고 말할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없어 하지만 사람 일이 어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이런 이야기 조차도 취직이 되서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말 그런 것 뿐이라면 엄청 슬플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취직이 되건 안되건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역시 좀 웃기다. 모두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말고 길게.
자신이 해온게 별로 없는 것 같아도 그건 나중에 가봐야 아는 일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주어진 상황을 열심히 이겨내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봤을때야 내가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뭔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자기가 잘했다 못했다라고 말할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없어 하지만 사람 일이 어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이런 이야기 조차도 취직이 되서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말 그런 것 뿐이라면 엄청 슬플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취직이 되건 안되건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역시 좀 웃기다. 모두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말고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