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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시절/영화/공연

[2012] 돼지의 왕

돼지의 왕

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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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멋지고 구역질나는(보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작품에 폭력의 문제라느니, 계급의 문제라느니 여러 해석을 달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우리 모두는 한없이 약하고 악하다"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애시당초 연대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민"이니 "민중"이니 "계급"이니 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기저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역사나 사회라는 말들은 매우 달콤하지만 그것은 아직도 실현시켜야 하는 꿈일뿐 단 한번도 실현된 적은 없다.


 사람들은 악하고 약하다. 그렇기에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줄 대리인을 끊임없이 찾는다. 이 대리인이 자신의 판타지에서 벗어난다면? 그때 남는 것은 무차별적인 광기와 또 다른 우상찾기 작업이다. 아이돌,사회리더,정치지도자,학자..우리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결코 타인이 아닌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철이를 갈구한다. 그렇게 투영한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억압받는 사람들이 제정신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지를 <돼지의 왕>은 너무나 솔직하게 표현해낸다. 


 아마 내가 봣던 영화들 중 <돼지의 왕>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은 봉준호의 <마더>일텐데. <돼지의 왕>은 마더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적나라하다. 마지막에 보이는 주인공들의 광기는 봉준호의 <마더>에서 김혜자가 남자에게 보여주었던 광기와 사실상 같은 것이다. 자각을 포기한 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가 무너져 내렸을때 약한 자들이 보이는 악다구. 엄마가 춤을 춤으로써 이런 악다구에 대한 망각을 택했듯이 이들은 자살을 택한다. 항상 피치자를 잡아먹는 것은 저 위의 '일진'이나 '권력'이 아닌 그 자신과 같은 위치의 사람들(물론 그것을 주조해내는 것은 결국 권력들이지만)이라는 차마 인정하기 싫은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라는 게 결코 영웅 하나를 세운다고 해서 바뀔 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 이런데도 우리는 민중이니 시민이니 역사는 진보한다느니 하는 판타지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이 잘못되었어' 라는 탄식에 우리가 해야 하는 답변이란게 "시민의 힘과 시민이 뽑은 호민관을 믿어라"뿐이라면. 우리 또한 답은 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