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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시절/영화/공연

[2012] 머니볼

머니볼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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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잘 모르는 나로써는 여기 나온 야구이론이나 선수들의 험난한 역경사. 감독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머니볼>에서 중요한건 그런 부분들은 아니다. <머니볼>은 광고만 보자면 전형적인 스포츠 감동 영화 내지는 개인의 성공신화를 이야기하는 영화 같지만 정작 영화는 그런 문법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감동으로 들어갈 듯한 순간들은 짧고 흐릿하게 표현되며 이내 화면은 현실적인 구단의 문제들로 돌아온다. 언제까지나 승승장구 할 것 같던 빌리 빈 단장은 결국 또 우승을 놓친다. 


 나는 모두가 동의하듯, 빌리 빈 단장에게 부단장 피터가 보여주는 비디오에 결국은 이 영화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콤플렉스 때문에 2루를 뛰는 것을 두려워하던 타자가 홈런을 친 후 1루까지만 뛰고 엎어져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홈으로 달리라고 이야기하는 장면. 단순하게 해석하면야 이건 빌리빈을 그 마이너리거 타자와 등치시키며 그에게 "너는 지금 저 타자와 같으니 너의 홈런을 직시하라"는 말과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그 화면을 본 빌리 빈 단장이 "이래서 야구를 사랑할수밖에 없다니까"라고 할 때의 그 느낌을 되새겨 보자. 나는 여기서 사람들이 '세상은 그게 다가 아니다" 라고 하거나 "이래서 살 맛이 난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를 느낀다. 즉 "삶은 결과가 아니다"라는 그 간단명료한 말. 투쟁 혹은 효율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어떤 영역. 그것이 미학일수도 있고 윤리도덕일수도, 운세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우승보다. 백지수표보다. 헛된 위로 혹은 지루한 논의보다 우리가 삶을 사랑할수밖에 해주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강한 확신이 빈의 그 말속에 담겨있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 그것은 내가 고3의 11월 즈음에 느꼈던 너무나도 청명하고 폐속까지 시원했던 날씨이다. 무슨 추억의 총합도 아니고 삶에 대한 반성,후기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나에게 강렬했던 기억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러한 자세들은 마치 애슬래틱스의 재정난처럼 분명 우리 삶을 결정하는 많은 외적 조건들에 달려있다. 쇼를 즐기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 그 조건들을 뛰어넘거나 무시할 수 없다면.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없는 것 또한 자명할 것이다. 빌리 빈이 그냥 웃었다면 다소 다른 문법을 가진, 평범한 스포츠영화로 남았을 <머니볼>은 "이래서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라는 그 말 한마디로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인생의 본질적인 측면을 포착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급진적인 자들은 "그것 또한 자기계발의 논리이거나 현실세계로부터의 도피"라고 말하겠지만, 그래서 결국 머니볼 또한 자기성공신화의 한 갈래라고 말하겠지만. 글쎄. 그런 분석들이 머니볼이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본질을 포착해주진 않을 것 같다. "삶은 결과가 아니다"라는 이 간단명료한 이야기를 이토록 힘있게 할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