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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연

[0719] 마스터 (The Master)

 


마스터 (2013)

The Master 
7.5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로라 던, 래미 말렉
정보
드라마 | 미국 | 138 분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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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영화에 반영된다고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은연중에 영화가 인생에 반영되길 바란다. 꼭 어떤 거창한 판타지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승전결이 우리 인생에도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승전결이란 인위적인 구조일 뿐이고, 우리 인생은 억지로 미화하거나 정리하지 않는 이상 구조 없이 우연만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파국이 오고 나서 '도대체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술자리의 푸념들은, 아마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프레디 퀠와 랭커스터 토드의 관계는 우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복도 아니다. 연인 같기도 하면서 전우 같기도 하다. 이 독특한 관계의 양상 이상으로 이 영화에서 중요한것은 그 관계가 흘러가는 방식이다. 퀠은 토드를 따르는 것 같으면서도 의심하고, 토드는 퀠을 환자로 대하는 듯 하면서 우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알수 없는 긴장감만이 팽팽하게 흘러가다가, 둘 사이의 관계는 명확한 이유 없이 끝난다. 추측만이 남을 뿐이다.

나는 이 애매함이 우리가 겪는 관계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토드가 말한 '마스터를 모시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면 알려주게'가 이 영화의 중요 메세지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는가' 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 영화를 보고 나서 애매함에 대해 말을 한다면 좀 이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퀠과 토드의 마지막 대면을 보며 내 인생에서 도대체 시작과 결말의 원인이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는 수많은 사건과 관계들을 떠올렸다. 그저 그런 관계로 남고 이제는 만날 수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이들. 싸웠거나, 좋아했거나, 혐오했거나, 동경했거나 했던 그 모든 이들을 말이다. 어떤 이들은 가끔 보고싶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저 그렇다. 사건과 관계의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던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추측에 끝날 뿐이다.
그런 면에서 퀠의 트라우마라는 것이 도대체 뭔지 명확히 나오지 않는 것과, 토드가 극 중 내내 고통의 원인에 대해 전생이 원인이라 진단하는 것은 흥미롭다. 어떤 이별이 일어났을때 추측의 수준에서 '그가 그 사건 때문에 마음이 상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그 이별은 우리의 3천만년 전의 고통에서 시작된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현재에서 명료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답을 내놓더라도 그것은 '모른다' 라는 한 단어로 바꿀 수 있다. 랭커스터가 퀠에게 말한 프러시안 비둘기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관계들이 마치 영화처럼, 운명적 만남이 있고, 갈등이 있고, 명확한 이유의 이별이 있길 바란다. 우리는 관계의 과정과 끝에 우리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전생의 이유라도 끌어 붙여야 할 만큼 불가해한 우리 삶의 사건들은 프레디의 상처와, 랭커스터와의 관계 같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갑자기 떠나간다. 영화가 인생을 말한다면, 이런 식으로 '사실 영화 조차도 모른다'말할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