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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2/8] 시간을 낭비하는 법을 잊었다 날씨가 추워지니 쉬고 싶다는 격렬한 욕망이 솟구친다. 그래도 작년 연차까지는 육개월에 5일 정도는 휴가를 간신히 썼던 거 같은데 여기는 업무강도는 전 팀보다 낮지만 그럴 짬은 없다. 중간 정도의 강도인 대신 일은 끊임없이, 매일 주어진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추워지니 그냥 따뜻한 방바닥에서 차가워서 얼 것 같은 귤을 먹으며 만화책을 보거나. 몸은 온돌과 이불에 들어간 채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트위터나 하루종일 보고 싶다. 그러다가 평일이건 주말이건 신경 안 쓰고 어슬렁 어슬렁 나가서 친구와 술이나 마시고 싶다. 그러다가 술이 더 먹고 싶으면 집에 와서 더 놀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시간낭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던 것들이다. 이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 .. 더보기
[11/27] 일을 잘하고 싶다는 인간적 욕구에 대하여. 요즘 의 게시물을 보는 게 페이스북의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어제는 친구가 '일잘하고 싸가지없는 상사 vs 일못하지만 (혹은 멍청하지만) 의견 잘 들어주고 착한 상사'중에 누가 낫냐는 글을 올렸다. 폭풍같이 댓글들이 달렸지만 대다수가 '일 잘하는 상사'가 낫다는 입장이었고 나 또한 직장은 어차피 일을 하러 모인 곳이라는 신념 아닌 신념 아래 전자가 낫다는 의견을 달았다. 그러던 중 오늘 꽤 인상깊은 의견을 누가 달았다.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다들 너무 일을 잘하는 것과 똑똑함에 너무 큰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닌가. 너무 삭막하다. 슈퍼 갑의 책임 방기를 용인하고 슈퍼갑의 기준에 맞추려다보니 다들 이리 된 것이 아닌가. 나는 일 잘 못해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 좋은 사람을 상사로 만나고 싶다.' .. 더보기
김수환 교수의 미생 비평 / 김성근 감독 인터뷰 이 판타지라고? 아니, '불가능한' 성장 소설! 아래는 본문 발췌들 "한편, 이와 같은 삶의 양태의 배후에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구조적 사회변동과, 그에 따른 생활세계의 리듬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포스트' 세계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자본주의의 탄생과 함께 일반화된 전형적 패턴인 노동과 여가, 공장과 집의 엄격한 구분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포스트 자본주의의 체제는 '어디에서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아무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사람들 또한 만들어낸다. 이 그리는 세계가 성과주의와 노동중독 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결여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사 ☞바로 가기 : "'.. 더보기
<미생>-노동의 피그말리온. 이렇게 성인들이 열광했던 만화가 이전에 언제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직장생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만화는 많았지만 은 직장생활을 희화하거나(무대리) 처절한 판타지로 그리지 않고(허영만의 작품들) 건조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속의 인물들에 우리가 공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우리가 그들과 같은 일 중독자이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서는 무의미하다고 느꼈던 우리의 일상에 어떤 미학을 부여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장그래의 한마디 한마디는 사실 죽어있는 동상을 살아있는 미녀로 바꾼 피그말리온의 기도와도 같다. 그러나 비참한 현실에 아무리 미학을 부여하더라도, 비참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 아니며 비참한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 스스로의 통제를 벗어났기에 더더욱 그렇다. 노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