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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쓰다] 관심이 곧 의미인 세상에서 의미있는 일이란 - 버드맨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은 받는 질문은 '왜 그걸 좋아하게 됐어요?'일 게다. 그럴 때 통상 우리의 대답은 "그냥 재밌어요. 좋아요"에 그치기 마련이다. 사실 나는 그 대답이 일말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진실이란 우리가 뭔가를 좋아하기 위해선 그걸 '잘'해야만 한다는 것이고. 잘 해서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나 자신에게도 진정 의미있고 즐거운 활동이 된다는 점이다. 만약 특출나게 잘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남들에게 내세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건 취미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세계에서 의미란 결국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내 자신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일을 잘 해냈을 때 받는 칭찬도 기쁜데. 자신이 정말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을 할 때 타인들이 보여주는 관심의 중요성이.. 더보기
[보고 쓰다] 불안의 세계에서 프로가 되는 법 - 나이트 크롤러 나이트 크롤러 (2015) Nightcrawler 8.4감독댄 길로이출연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빌 팩스톤, 앤 쿠잭, 케빈 람정보범죄, 드라마 | 미국 | 118 분 | 2015-02-26 켄 로치의 작품 중에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인 [네비게이터]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영국에서 철도민영화 당시 한 구간의 철도노동자들이 민영화 과정에서 외적/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게 됐는지 밀착된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구체적인 스토리를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으나, 나는 [나이트 크롤러]를 보면서 다시 [네비게이터]를 떠올렸다. [네비게이터]에서는 초반부터 끊임없이 드러냈던 사회적인 배경들(민영화로 인한 정리해고의 불안, 그에 따른 내부경쟁과 직업윤리의 소멸)이 [나이트 크롤러]에서는 비교적 간접적으로.. 더보기
[12/2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화제의 영화 를 팀원들과 함께 자료조사 명목으로 조조영화로 관람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이야기라서 볼 생각이 없던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첫장면에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왔다. 이 영화의 첫장면은 조병만 할아버지가 죽은 무덤에서 강계열 할머니가 서글프게 우는 장면을 카메라가 멀리서 잡으며 시작된다. 할머니를 훔쳐보는 듯한 화면이 롱테이크로 유지된 상태로 울음소리가 극장 안을 꽉 채우며 영화가 시작되는데, 내게는 그 장면이 유난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 씬을 보는 내 기분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타인의 내밀한 모습을 강제로 내게 들이밀며 슬퍼하라고 하는 느낌이었고, 그 장면이 주는 불쾌감이 이후 펼쳐지는 알콩달콩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몇번 졸다 .. 더보기
[12/6] 사유속의 영화 中 영화 이론 선집 에 실려있는 영화/이데올로기/비평(1969)라는 글이 좋아 같이 읽고 싶은 마음에 옮겨보았다. 해당 글은 라는 잡지에 장 루이 코몰리와 장 나르보니 라는 사람이 1969년에 쓴 글이라는데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가 객관적이고 담백하며 성실하여 매우 인상적이다.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성실성을 중요시하고 스스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글들에 더 애착이 많이 간다. 특히 첫번째 인용의 경우 소위 내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 자처하며 그 일들에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거부하는 이들에게 던져주고 싶은 글이고 세번째 인용은 어떤 것이건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새길 만한 내용일 것 같다. 무슨 잡지인가 찾아보니 프랑스 영화잡지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잡지 중 하나라고 한다. ".. 더보기
[0719] 마스터 (The Master) 마스터 (2013)The Master 7.5감독폴 토마스 앤더슨출연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이미 아담스, 로라 던, 래미 말렉정보드라마 | 미국 | 138 분 | 2013-07-11 인생이 영화에 반영된다고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은연중에 영화가 인생에 반영되길 바란다. 꼭 어떤 거창한 판타지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승전결이 우리 인생에도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승전결이란 인위적인 구조일 뿐이고, 우리 인생은 억지로 미화하거나 정리하지 않는 이상 구조 없이 우연만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파국이 오고 나서 '도대체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술자리의 푸념들은, 아마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프레디 퀠와 랭커스터 토드의 관계는 우정도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