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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0824] 사랑하는 일을 가지자.

 오랜만에 트위터를 들어갔다가 요즘 화제가 되는, 유민아버지에게 막말을 이산씨의 트위터에 들어가봤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그의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일베충스러운 온갖 글들의 리트윗과 (단식한 사람 얼굴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유민아버지는 부끄러운 인간이다, 종북 척결 등등..) 욕설과 분노. 그런 것들이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인데, 민망을 넘어서서 측은할 지경이다. 

 일베스러운 인간들이 그렇지만, 인간은 대체 이렇게 증오에 사로잡혀있을까. 이런 증오를 나는 평생에 가져볼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그에게는,(그리고 그에게 동조하는 이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월북을 했거나 좌익경력으로 연좌제의 피해를 봤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보듯이 일이 안풀리니 어떻게 한번 튀어서 정권 눈에 들어볼려고 하려는 생각일 수도 있고, 박근혜만이 진리라고 생각해서 대통령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못하는 천치일 수도 있고. 그냥 일베가 너무 좋아서... 어쨌든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야 우리가 추측만 정확히 수는 없는 것이고, 다른 생각을 봤다. 쌩뚱맞지만 좋아하는 일들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이런 증오와 분노가 스스로가 만든 지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이 만든 지옥보다 스스로 만든 지옥이 무서운 법이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슬픔에서 비롯되는 분노와 그의 분노가 같다고 수는 없다. 전자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공포와 살의로 가득차 있다. 이산 분도 좋아하는 있을까?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하루에 몇번이나 생각할까.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시간을 보니 트위터도 끊임없이 하던데, 순간 순간이 분노와 증오와 공포로 가득 있다. 북한이 두렵고, 대한민국이 좌익한테 뒤집힐까 두렵고 (극우파들은 진보파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가족들이 헌법질서를 망칠까 두렵고...물론 그의 트위터로 그의 생과 취향을 파악할 수는 없다. 이것은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괴물이 안되는 혹은 스스로의 지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세상과 무관하게 내가 좋아하고 사랑할 있는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몇년 부터 계속 했다.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하루에 몇분 정도는 빠져있을 있는 말이다. 그게 연인이건, 음악이건, 요요건, 어떤 취미생활이건 간에 좋다. 하다못해 야동 수집이라도 말이다.

 이 양반의 트위터를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챙기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같은 맥락에서 아무리 정의로운 일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 이들일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너무 포기해서는 안될 같다. 좌파건 우파건 극이건 내가 온라인에 이야기가 세상과 정치 이야기 뿐이라는 너무 지옥같은 일이다. 세상 살기 힘든게 우리 스스로의 탓은 아니지만, 거지같은 놈들 때문에 좋아하는 하나 없는 삶이라면 그것도 너무 억장 무너지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산씨 프로필을 보니 직업이 연기자라는데, 부디 연기를 사랑하는 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