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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사유속의 영화 中

영화 이론 선집 <사유속의 영화>에 실려있는 영화/이데올로기/비평(1969)라는 글이 좋아 같이 읽고 싶은 마음에 옮겨보았다. 해당 글은 <카이에 뒤 시네마>라는 잡지에 장 루이 코몰리와 장 나르보니 라는 사람이 1969년에 쓴 글이라는데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태도가 객관적이고 담백하며 성실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날 수록 성실성을 중요시하고 스스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글들에 더 애착이 많이 간다. 특히 첫번째 인용의 경우 소위 내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 자처하며 그 일들에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거부하는 이들에게 던져주고 싶은 글이고 세번째 인용은 어떤 것이건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새길 만한 내용일 것 같다. 무슨 잡지인가 찾아보니 프랑스 영화잡지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잡지 중 하나라고 한다.


"<카이에 뒤 시네마>는 일하는 집단이고(여기에 글을 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나아가 이 잡지를 읽는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노동을 필요로 하며 일정한 가격에 팔리는 생산품이다. 우리는 이런 생산품이 정확하게 자본주의적 출판의 경제체제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지 않으며 어쨌거나 우리는 (현 경제체제 내에서 이와 평행하게 유지되는 또 다른 경제체제를 꿈꾸는) 평행주의라는 유토피아에 빠지지 않고서 오늘날 다른 식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


"한편의 영화란 무엇인가? 이것은 한편으로는 제작을 위해 노동이나 돈이 필요한 특정 경제체제에서 제작된 일정한 생산품-독립영화나 새로운 영화 조차도 이런 규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이고 이를 위해서 일정 수의 노동자들-이 중에는 감독도 있는데..최종 분석에서는 영화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를 결합시키며. 이를 통해 입장권이나 계약서 같은 형태로 팔리기 때문에 상품. 즉 교환가치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경제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결정된 생산품이다.


어떤 영화도 혼자서는 제작과 배급의 경제적 상황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비평의 임무는 이런 차이들을 드러내는 것이고 이데올로기-그 이름들 중 하나는 영화 혹은 예술이다-의 광범위한 장 내부에서 영화의 특별한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며 그 변형을 돕는 것이다."


"한 잡지의 정책이 수정될 수 있고 심지어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즉각적이고 또한 마술 같은 수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매달매달 추구해야 하는 작업에 의해서라는 것을 필요하다면 분명하게 밝혀두자. 우리 고유의 장에서 어떠한 즉흥성이나 어떠한 혁명적 조급증도 피하도록 하자.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드러난 진실(기적같은 변화나 전향의 신화)의 선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작업의 확립이 중요하다. 바로 이 작업과 관련하여 여기서 출판된 텍스트 각각이 명시적으로든 내포적으로든 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