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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다] 정확한 사랑을 위하여 - 정확한 사랑의 실험.



정확한 사랑의 실험

저자
신형철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4-10-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27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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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좋은 평론이란 작품에 대한 잡식을 늘려주거나 좋고 나쁨,아름답고 추함을 가르고 이야기의 소비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평론이란 결국 작품을 통해 삶과 세계를 읽어내는 평론이어야 할 것이다.그것은 명확하게 편향된 태도를 가지고 하나의 윤리적 입장을 고수하고, 희노애락과 세상,타인에 대해 두고두고 씹어봐야 할 태도를 이야기하며 작품을 보는 이들이 작품을 본 이유와, 그것을 봄으로써 일어난 일과, 그것을 볼 수밖에 없던 이유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평론은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빼곡하며 집요해야 한다.

 신형철씨의 영화평론은 명료함이 주는 강렬함은 부족할지언정 끊임없이 섬세하고 집요하게, 그러나 또 이해하고 이해하려는 성실한 태도로 영화와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디 이런 평론들이 결국 우리에게 일말의 감흥 외에 아무것도 안겨주지 않는 이모씨 류의 평론과 같이 소모되지 않기를 바라며, 동시에 나에게도 이런 지혜를 갖출 날이 왔으면.





"모든 해석자는 더 좋은 해석이 아니라 가장 좋은 해석을 꿈꾼다..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다"

"사랑에 대한 글은 이제는 읽기도 쓰기도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이 실은 본능,충동,욕망 등의 변장일 뿐이라고 단정하며 짐짓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자신이 성숙하다고 믿는 미성숙한 소년들을 뿌듯하게 만들기는 하겠으나, 그것은 사랑에 대한 온갖 미신과 기만을 재생산하는 담론들 속에서 달콤하게 허우적거리는 것보다 더 생산적인 태도라고 할 수도 없다."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은 세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는 일이다. 그 세 단계를 각각 '주석' '해석' '배치'라고 명명할 수 있다. 우리는 우선 텍스트가 다루고 있는 것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주석)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서 텍스트의 의미를 추론해내야 하며(해석), 이렇게 추론된 의미가 어떤 '의의'를 갖는 지를 평가하면서 그 텍스트가 놓일 가장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배치)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런 정리를 시도해본 것은 이 세 작업의 몫을 혼동하거나 작업의 단계를 무시하는 사례들이 더러 있어서다."

"어떤 텍스트가 최대한의 보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배치할 필요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텍스트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며, 그것이 바로 해석이라 불리는 행위의 이상일 것이다. 특히 그 텍스트가 타인의 불행을 다룬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타인의 불행을 놓고 이론과 개념으로 왈가왈부하는 일이 드물게 용서받을 수 있는 길 중 하나는 그 불행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래서 쉽게 분류되어 잊히지 않도록 지켜주는 일이다."

"낙관의 논리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희망의 논리는'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에 도달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감독이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하려고 한 것을 어떻게 해냈는지를 물어야 한다."